26일 오전에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도착하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착륙 직전 비상문이 열리며 대형 사고로 확산될 수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토로했다. 대구경찰청은 30대 남성 A씨를 대구공항에서 검거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이날 오후 12시 45분쯤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인 250m 상공에서 비상문이 열리면서 발생했다. 이 여객기는 250m 상공에서부터 비상문이 열린 상태로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날 승객 194명 중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이 중 9명이 착륙 직후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비행기 폭발하는 줄"
탑승객 B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 비행기 사고로 이렇게 죽는 거구나 싶었다"며 "도착 10분 전쯤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좌측 중간에 있는 문이 열렸고, 열린 문 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기절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탑승객 C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착륙 후에 비상구 쪽을 보니 남자 1명을 승무원과 승객 여러명이 붙잡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지만 착륙할 때까지 사고와 관련된 안내 방송도 없었고, 무사히 착륙했다는 내용만 항공사 측에서 방송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비행기 비상구 좌석에 앉아 있던 3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비상문을 열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은 착륙 중인 비행기의 출입구 문을 열려고 한 항공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항공보안법 23조에 따르면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스스로 문을 열었다고 진술됐다. 하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와 관련해 항공안전감독관 4명을 대구공항에 급파한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안전법에 따라 여객기를 사전에 제대로 정비했는지, 승무원들이 안전수칙을 이행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A씨가 앉은 비상구 좌석은 여객기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돕는 매우 중요한 위치다. 노약자나 임산부, 만 15세 미만 등을 앉을 수 없게 제한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탑승 수속 때도 A씨에게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었고,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
발생 시 고려, 비상문 쉽게 열려
비상문이 쉽게 열렸던 이유에 대해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공중에서는 기압 차이 때문에 물리적으로 문을 열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착륙 직전이나 이륙할 때는 기압 차이가 별로 없어 문이 열릴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여객기 비상문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낮은 높이에서는 안에서 빨리 열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버를 잡아당기면 열 수 있고, 별도 잠금장치는 없다. 하지만 약 305ｍ 이상 높이에서는 항공기의 내외부 기압 차이로 일반 성인의 힘으로는 비상문을 열 수 없다.
낮은 고도에서 비상문이 쉽게 열리도록 한 이유는 여객기가 바다나 강에 비상 착륙하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처럼 긴급할 때 출입문 쪽에 앉은 승객이 승무원 도움 없이도 문을 열고 다른 승객을 대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실수로는 열리지 않는다"며 "레버를 의도적으로 돌려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문을 연 승객과 비상문 근처에 승무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항공기는 착륙할 때 출입문 앞에 승무원이 앉아 만일 사태를 대비하지만 사고 여객기인 에어버스 A321은 소형 기종으로 모든 출입문에 승무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비상문 열려는 시도 종종
비상상황이 아닐 때 승객이 항공기 출입문을 열거나 열려고 시도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2월 인천공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 출입문이 열려 2시간 넘게 이륙이 지연됐다. 당시 문을 연 승객은 화장실 문손잡이로 착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9월 인천공항을 떠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한 승객이 출입문을 열려고 해 '에러' 메시지가 발생하며 인천공항으로 돌아갔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